
▣ 11회차
디지털복지는 교육이 아니라 사회 인프라다
도로를 고치는 것이 운전 교육보다 먼저다
────────────────────────────────────────
□ 도입
도로가 없는 마을에 운전 교육을 보내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 가전제품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반이 없는 곳에 기술을 얹어봐야
작동하지 않는다.
디지털복지도 같다. 지금까지의 접근은 교육 중심이었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고,
앱 설치를 알려주고, 수료증을 발급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는가. 교육을 받은 사람들
이 집에 돌아가면 다시 막힌다. 새 앱이 나오면 또 모른다. "나는 못 하는 사람"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시도 자체를 포기한다.
문제는 교육의 질이 아니었다. 교육 이후를 받쳐주는 인프라가 없었다.
────────────────────────────────────────
인프라란 무엇인가
인프라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도로, 전기, 수도, 통신망.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기다가
없어지면 비로소 그 중요성을 안다. 인프라의 본질은 지속성이다. 한 번 깔면 계속 작
동한다. 누가 쓰든 거기 있다.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한 기반
이다.
지금 시대에 디지털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은 이 인프라의 하나가 되었다. 디지털을 사
용할 수 있어야 행정을 이용할 수 있고, 의료를 받을 수 있고, 금융을 처리할 수 있고,
사회와 연결될 수 있다. 이것이 갖춰지지 않으면 나머지 모든 복지 서비스도 제대로 전
달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디지털복지 정책은 인프라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다. 일정 기간 교
육을 하고 수료하면 끝나는 방식이다. 도로를 깔지 않고 운전 교육만 반복하는 것과 다
르지 않다.
────────────────────────────────────────
교육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구조적 이유
현장 경험이 보여주는 사실이 있다. 디지털 교육 이후에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학습자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이종구(2025) 박사학위논문의 실증 분석은 이 구조를 명확히 보여준다. 디지털리터러시
가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리터러시가 높아지면 디지털에 대
한 긍정적 태도가 형성되고, 그 태도가 실제 활용 습관으로 이어지며, 그 활용이 비로
소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 이 간접 경로가 전체 효과의 36%를 설명했다.
태도는 성공 경험이 반복될 때 만들어진다. 활용 습관은 생활 속에서 계속 써볼 기회가
있을 때 생긴다. 이 두 단계는 단기 교육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속적 환경, 반복 연
습 기회, 막혔을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함께 있어야 가능하다. 이것이 인프라다.
────────────────────────────────────────
인프라로서의 디지털복지는 어떤 모습인가
인프라로서의 디지털복지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지속성. 한 번 교육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계속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
막혔을 때 전화 한 통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채널, 새로운 앱이 나왔을 때 다시 배울
수 있는 기회, 같이 써보는 커뮤니티가 있어야 한다.
접근성. 교육 기관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생활 반경 안에 지원이 있어
야 한다. 특히 고령 1인 가구처럼 이동이 어려운 집단에게는 찾아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실증 연구에서 고령 1인 가구의 디지털리터러시 효과가 3.19배로 나타났다는 사실은, 이 집단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선택임을 보여준다.
연결성. 디지털복지는 복지 부서만의 일이 아니다. 교육, 의료, 행정, 금융이 함께 움직
여야 한다. 복지관과 주민센터와 도서관이 연결되어야 하고,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같은 방향을 봐야 한다. 인프라는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프라의 인적 조건: 곁에 머무는 사람
인프라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어야 한다. 도로를 유지하는 사람, 전기를 점검하는 사람,
통신망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듯이, 디지털 환경에서 취약계층 옆에 상주하며 함께 문제
를 해결하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교육 정책은 강사가 가르치고 떠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진짜 필요
한 것은 가르치고 떠나는 사람이 아니라 곁에 머무는 사람이다.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
하는 어르신 옆에, 복지 신청을 포기하려는 사람 옆에, 처음으로 영상통화를 시도하는
독거 어르신 옆에 함께 있어주는 사람. 이것이 인프라의 인적 조건이다.
이런 이유에서 디지털복지 전문 인력을 국가 자격 제도로 공식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일회성 봉사자나 단기 강사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상주하며 취약계층의 디지털 생활 전
반을 지원하는 전문직으로서의 디지털복지사가 제도 안에 자리 잡아야 한다. 사회복지
사가 생활 전반의 자립을 돕듯, 디지털복지사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자립을 돕는 전문가
다. 이 역할이 민간의 선의나 자원봉사에 의존하는 한, 디지털복지 인프라는 완성되지
않는다.
────────────────────────────────────────
AI 시대, 인프라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디지털 전환은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키오스크와 모바일 앱을 넘어 인공지능이 일상에
들어오고 있다. AI 챗봇이 민원을 처리하고, AI 의사가 건강을 진단하고, AI 플랫폼이
구직을 연결한다.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배제의 범위는 더 넓어진다.
교육만으로는 이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기술이 바뀔 때마다 다시 교육해야 한다면 그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반복적 응급처치다. 필요한 것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지속적 기반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인프라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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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 제언
① 디지털 배움터를 '교육 기관'에서 '생활 지원 거점'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전국 1,000여 개 디지털 배움터의 역할을 단기 교육 수료에서 상시 지원 거점으로 전
환해야 한다. 수료 이후에도 찾아올 수 있고, 막혔을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
정의해야 한다. 성과 지표도 '수료 인원'에서 '사후 활용률'로 바꿔야 한다.
② 복지·교육·행정·의료의 디지털 지원을 연계하는 통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부처별로 분산된 디지털 지원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주민센터에서 복지 신청
을 도우면서 디지털 활용도 함께 지원하는 방식, 의료기관 방문 시 앱 사용을 안내하는
방식 등 생활 접점에서 자연스럽게 지원이 이루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③ 디지털복지 인프라를 국가 필수 인프라 목록에 포함해야 한다
도로, 전기, 통신망처럼 디지털복지 인프라를 국가가 책임지는 필수 기반으로 법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예산 편성 논리도 '복지 지출'이 아니라 '사회 인프라 투자'로 전환해야
지속성이 확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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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 다음 회차 예고
디지털복지는 교육이 아니다. 도로처럼, 전기처럼, 통신망처럼 사회를 유지하는 기반이
다. 이 기반을 만드는 일은 특정 부처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과제다.
12회에 걸쳐 왜 디지털복지가 필요한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살
펴보았다. 마지막 회차에서는 이 모든 논의를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지금 당장 시
작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12회차에서는 '디지털복지는 미래 정책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기준이다' 를
통해, 이 시리즈의 결론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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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컬럼에 인용된 실증 데이터는 이종구(2025), 「디지털 리터러시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한성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경영정보학회 우수논문상 수상)을 참고
하였습니다.
▣ 11회차
디지털복지는 교육이 아니라 사회 인프라다
도로를 고치는 것이 운전 교육보다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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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입
도로가 없는 마을에 운전 교육을 보내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 가전제품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반이 없는 곳에 기술을 얹어봐야
작동하지 않는다.
디지털복지도 같다. 지금까지의 접근은 교육 중심이었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고,
앱 설치를 알려주고, 수료증을 발급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는가. 교육을 받은 사람들
이 집에 돌아가면 다시 막힌다. 새 앱이 나오면 또 모른다. "나는 못 하는 사람"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시도 자체를 포기한다.
문제는 교육의 질이 아니었다. 교육 이후를 받쳐주는 인프라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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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란 무엇인가
인프라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도로, 전기, 수도, 통신망.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기다가
없어지면 비로소 그 중요성을 안다. 인프라의 본질은 지속성이다. 한 번 깔면 계속 작
동한다. 누가 쓰든 거기 있다.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한 기반
이다.
지금 시대에 디지털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은 이 인프라의 하나가 되었다. 디지털을 사
용할 수 있어야 행정을 이용할 수 있고, 의료를 받을 수 있고, 금융을 처리할 수 있고,
사회와 연결될 수 있다. 이것이 갖춰지지 않으면 나머지 모든 복지 서비스도 제대로 전
달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디지털복지 정책은 인프라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다. 일정 기간 교
육을 하고 수료하면 끝나는 방식이다. 도로를 깔지 않고 운전 교육만 반복하는 것과 다
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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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구조적 이유
현장 경험이 보여주는 사실이 있다. 디지털 교육 이후에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학습자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이종구(2025) 박사학위논문의 실증 분석은 이 구조를 명확히 보여준다. 디지털리터러시
가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리터러시가 높아지면 디지털에 대
한 긍정적 태도가 형성되고, 그 태도가 실제 활용 습관으로 이어지며, 그 활용이 비로
소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 이 간접 경로가 전체 효과의 36%를 설명했다.
태도는 성공 경험이 반복될 때 만들어진다. 활용 습관은 생활 속에서 계속 써볼 기회가
있을 때 생긴다. 이 두 단계는 단기 교육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속적 환경, 반복 연
습 기회, 막혔을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함께 있어야 가능하다. 이것이 인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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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로서의 디지털복지는 어떤 모습인가
인프라로서의 디지털복지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지속성. 한 번 교육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계속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
막혔을 때 전화 한 통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채널, 새로운 앱이 나왔을 때 다시 배울
수 있는 기회, 같이 써보는 커뮤니티가 있어야 한다.
접근성. 교육 기관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생활 반경 안에 지원이 있어
야 한다. 특히 고령 1인 가구처럼 이동이 어려운 집단에게는 찾아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실증 연구에서 고령 1인 가구의 디지털리터러시 효과가 3.19배로 나타났다는 사실은, 이 집단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선택임을 보여준다.
연결성. 디지털복지는 복지 부서만의 일이 아니다. 교육, 의료, 행정, 금융이 함께 움직
여야 한다. 복지관과 주민센터와 도서관이 연결되어야 하고,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같은 방향을 봐야 한다. 인프라는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프라의 인적 조건: 곁에 머무는 사람
인프라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어야 한다. 도로를 유지하는 사람, 전기를 점검하는 사람,
통신망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듯이, 디지털 환경에서 취약계층 옆에 상주하며 함께 문제
를 해결하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교육 정책은 강사가 가르치고 떠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진짜 필요
한 것은 가르치고 떠나는 사람이 아니라 곁에 머무는 사람이다.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
하는 어르신 옆에, 복지 신청을 포기하려는 사람 옆에, 처음으로 영상통화를 시도하는
독거 어르신 옆에 함께 있어주는 사람. 이것이 인프라의 인적 조건이다.
이런 이유에서 디지털복지 전문 인력을 국가 자격 제도로 공식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일회성 봉사자나 단기 강사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상주하며 취약계층의 디지털 생활 전
반을 지원하는 전문직으로서의 디지털복지사가 제도 안에 자리 잡아야 한다. 사회복지
사가 생활 전반의 자립을 돕듯, 디지털복지사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자립을 돕는 전문가
다. 이 역할이 민간의 선의나 자원봉사에 의존하는 한, 디지털복지 인프라는 완성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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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인프라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디지털 전환은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키오스크와 모바일 앱을 넘어 인공지능이 일상에
들어오고 있다. AI 챗봇이 민원을 처리하고, AI 의사가 건강을 진단하고, AI 플랫폼이
구직을 연결한다.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배제의 범위는 더 넓어진다.
교육만으로는 이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기술이 바뀔 때마다 다시 교육해야 한다면 그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반복적 응급처치다. 필요한 것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지속적 기반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인프라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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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 제언
① 디지털 배움터를 '교육 기관'에서 '생활 지원 거점'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전국 1,000여 개 디지털 배움터의 역할을 단기 교육 수료에서 상시 지원 거점으로 전
환해야 한다. 수료 이후에도 찾아올 수 있고, 막혔을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
정의해야 한다. 성과 지표도 '수료 인원'에서 '사후 활용률'로 바꿔야 한다.
② 복지·교육·행정·의료의 디지털 지원을 연계하는 통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부처별로 분산된 디지털 지원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주민센터에서 복지 신청
을 도우면서 디지털 활용도 함께 지원하는 방식, 의료기관 방문 시 앱 사용을 안내하는
방식 등 생활 접점에서 자연스럽게 지원이 이루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③ 디지털복지 인프라를 국가 필수 인프라 목록에 포함해야 한다
도로, 전기, 통신망처럼 디지털복지 인프라를 국가가 책임지는 필수 기반으로 법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예산 편성 논리도 '복지 지출'이 아니라 '사회 인프라 투자'로 전환해야
지속성이 확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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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 다음 회차 예고
디지털복지는 교육이 아니다. 도로처럼, 전기처럼, 통신망처럼 사회를 유지하는 기반이
다. 이 기반을 만드는 일은 특정 부처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과제다.
12회에 걸쳐 왜 디지털복지가 필요한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살
펴보았다. 마지막 회차에서는 이 모든 논의를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지금 당장 시
작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12회차에서는 '디지털복지는 미래 정책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기준이다' 를
통해, 이 시리즈의 결론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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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컬럼에 인용된 실증 데이터는 이종구(2025), 「디지털 리터러시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한성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경영정보학회 우수논문상 수상)을 참고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