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회차
디지털 격차가 만드는 새로운 빈곤
소득이 있어도, 제도가 있어도, 접근하지 못하면 없는 것과 같다
────────────────────────────────────────
□ 도입
한 70대 독거 어르신이 있다. 월세를 내고 나면 생활비가 빠듯하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긴급복지 프로그램의 대상 조건을 충분히 충족한다. 그런데 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
다. 신청 방법을 몰라서다. 스마트폰은 있지만 복지로 앱을 쓰지 못한다. 주민센터에 가
도 "온라인으로 신청하시면 됩니다"라는 안내만 돌아온다.
이 어르신은 가난한가. 소득 기준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그 가난을 심화시키는 것은 소
득만이 아니다. 디지털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제도의 문을 닫아버렸다. 이것이
새로운 빈곤의 얼굴이다.
────────────────────────────────────────
빈곤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빈곤은 소득의 문제였다. 돈이 없으면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고, 살 곳이 없
었다. 복지 정책도 그 기준으로 설계되었다. 소득을 보장하면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빈곤의 모습도 달라졌다. 소득이 있어도 정보를 얻지 못하
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면, 기회를 잡지 못하면 생활이 어려워진다. 이것을 '다차원
적 빈곤(Multidimensional Poverty)'이라 부른다. 돈뿐 아니라 건강, 교육, 사회적 관계,
정보 접근성이 모두 빈곤의 차원이 된다.
디지털 전환 시대는 여기에 새로운 차원을 하나 더 추가했다. 디지털 접근성과 활용 능
력이다. 이것이 없으면 소득이 있어도, 제도가 있어도, 혜택이 닿지 않는다.
────────────────────────────────────────
네 가지 격차가 누적되어 빈곤이 된다
디지털을 사용하지 못할 때 생기는 격차는 하나가 아니다. 네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발
생하고, 서로 연결되며 누적된다.
첫째, 정보 격차. 공공기관의 복지 공지, 지원 사업 안내, 건강 정보, 금융 상품 정보가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전달된다. 디지털을 못 쓰면 '있는 줄도 몰랐다'는 상황이 반복된
다. 정보를 얻지 못하면 선택할 수 없고, 선택하지 못하면 기회를 잃는다.
둘째, 서비스 격차. 병원 예약, 복지 신청, 금융 거래, 행정 민원이 디지털 기반으로 전
환될수록,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같은 서비스를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이
용하거나 아예 포기한다. 모바일 뱅킹 이용자가 30초에 처리하는 이체를, 창구를 찾아
가야 하는 사람은 한 시간을 써야 한다.
셋째, 경제 격차. 온라인 구직, 온라인 창업, 디지털 마케팅을 활용하지 못하면 경제 참
여의 범위가 좁아진다. 같은 능력을 가진 두 사람이 디지털 활용 여부에 따라 전혀 다
른 경제적 기회를 갖는 시대가 되었다.
넷째, 사회적 고립. 가족과의 영상통화, 지역 커뮤니티 참여, 사회 정보 습득이 모두 디
지털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이것이 불가능해지면 관계가 끊어지고, 고립이 깊어진다.
이 네 가지 격차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정보를 못 얻으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면 경제 활동이 제한되고, 경제가 위축되면 사회적 고
립이 심해진다. 격차는 쌓이고 연결되면서 빈곤으로 굳어진다.
────────────────────────────────────────
누가 가장 취약한가: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
디지털 격차가 만드는 새로운 빈곤은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특정
집단에서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
이종구(2025) 박사학위논문의 실증 분석은 이를 정량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리터러시
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집단에 따라 크게 달랐다.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기술 활용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효과는 비고령층 대비 1.45
배 더 크게 나타났다. 1인 가구에서 디지털리터러시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효과는 다
인 가구 대비 2.20배 더 크게 나타났다. 그리고 이 두 조건이 겹치는 고령 1인 가구에
서는 3.19배의 복합 효과가 확인되었다.
이 수치는 무엇을 말하는가. 오프라인에서 기댈 자원—가족의 도움, 신체적 이동성, 사
회적 관계망—이 부족할수록, 디지털 기술이 그 빈자리를 채우는 역할이 커진다는 것이
다. 동시에, 디지털을 사용하지 못할 때 입는 타격도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에서 65세 이상 1인 가구는 2023년 기준 약 210만 가구다. 2050년에는 560만
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가장 취약한 집단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격차
가 만드는 새로운 빈곤이 대규모 사회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조건이 이미 갖춰지고
있다.
────────────────────────────────────────
새로운 빈곤에는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소득 빈곤에는 소득 지원으로 대응한다. 디지털 빈곤에는 디지털 지원으로 대응해야 한
다. 그런데 지금의 대응 방식은 여전히 '기기 보급'과 '단기 교육'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디지털 격차가 단순히 기기나 지식의 부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것
처럼 태도, 자신감, 지속적 활용 환경, 도움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새로운 빈곤에는 이 전체 구조를 지원하는 새로운 복지 접근이 필요하다.
────────────────────────────────────────
□ 정책 제언
① 고령 1인 가구를 디지털 포용 정책의 최우선 대상으로 명시해야 한다
실증 연구가 보여주듯, 고령 1인 가구는 디지털 역량 향상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
는 동시에 디지털 소외의 타격도 가장 큰 집단이다. 정책 예산과 인력 배분의 우선순위
를 이 집단에 집중해야 한다.
② 디지털 빈곤 지표를 공식 빈곤 측정 체계에 포함해야 한다
현재의 빈곤 통계는 소득 중심이다. 디지털 접근성, 디지털 서비스 이용률, 디지털 정보
접근 가능성을 포함한 다차원 빈곤 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측정·공표해야
한다. 측정되지 않는 빈곤은 정책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③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 디지털 소외 항목을 추가해야 한다
현재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은 주로 경제적 위기 신호를 감지한다. 여기에 디지털
서비스 미이용, 복지 신청 미접수 등 디지털 소외 신호를 추가하여, 도움이 필요하지만
스스로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을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
마치며 — 다음 회차 예고
디지털 격차는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정보를 얻고, 누가 서비스를 이용
하고, 누가 기회를 잡는가의 문제다. 그리고 그 격차가 누적될 때 새로운 빈곤이 만들
어진다.
이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국가가 구조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8회차에서는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디지털복지가 국가 과제다' 를 통해, 디지털복지가
왜 개인이나 지역 차원을 넘어 국가 정책의 핵심 의제가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
※ 본 컬럼에 인용된 실증 데이터는 이종구(2025), 「디지털 리터러시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한성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경영정보학회 우수논문상 수상) 및 통
계청 「2023년 고령자 통계」를 참고하였습니다.
▣ 7회차
디지털 격차가 만드는 새로운 빈곤
소득이 있어도, 제도가 있어도, 접근하지 못하면 없는 것과 같다
────────────────────────────────────────
□ 도입
한 70대 독거 어르신이 있다. 월세를 내고 나면 생활비가 빠듯하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긴급복지 프로그램의 대상 조건을 충분히 충족한다. 그런데 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
다. 신청 방법을 몰라서다. 스마트폰은 있지만 복지로 앱을 쓰지 못한다. 주민센터에 가
도 "온라인으로 신청하시면 됩니다"라는 안내만 돌아온다.
이 어르신은 가난한가. 소득 기준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그 가난을 심화시키는 것은 소
득만이 아니다. 디지털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제도의 문을 닫아버렸다. 이것이
새로운 빈곤의 얼굴이다.
────────────────────────────────────────
빈곤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빈곤은 소득의 문제였다. 돈이 없으면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고, 살 곳이 없
었다. 복지 정책도 그 기준으로 설계되었다. 소득을 보장하면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빈곤의 모습도 달라졌다. 소득이 있어도 정보를 얻지 못하
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면, 기회를 잡지 못하면 생활이 어려워진다. 이것을 '다차원
적 빈곤(Multidimensional Poverty)'이라 부른다. 돈뿐 아니라 건강, 교육, 사회적 관계,
정보 접근성이 모두 빈곤의 차원이 된다.
디지털 전환 시대는 여기에 새로운 차원을 하나 더 추가했다. 디지털 접근성과 활용 능
력이다. 이것이 없으면 소득이 있어도, 제도가 있어도, 혜택이 닿지 않는다.
────────────────────────────────────────
네 가지 격차가 누적되어 빈곤이 된다
디지털을 사용하지 못할 때 생기는 격차는 하나가 아니다. 네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발
생하고, 서로 연결되며 누적된다.
첫째, 정보 격차. 공공기관의 복지 공지, 지원 사업 안내, 건강 정보, 금융 상품 정보가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전달된다. 디지털을 못 쓰면 '있는 줄도 몰랐다'는 상황이 반복된
다. 정보를 얻지 못하면 선택할 수 없고, 선택하지 못하면 기회를 잃는다.
둘째, 서비스 격차. 병원 예약, 복지 신청, 금융 거래, 행정 민원이 디지털 기반으로 전
환될수록,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같은 서비스를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이
용하거나 아예 포기한다. 모바일 뱅킹 이용자가 30초에 처리하는 이체를, 창구를 찾아
가야 하는 사람은 한 시간을 써야 한다.
셋째, 경제 격차. 온라인 구직, 온라인 창업, 디지털 마케팅을 활용하지 못하면 경제 참
여의 범위가 좁아진다. 같은 능력을 가진 두 사람이 디지털 활용 여부에 따라 전혀 다
른 경제적 기회를 갖는 시대가 되었다.
넷째, 사회적 고립. 가족과의 영상통화, 지역 커뮤니티 참여, 사회 정보 습득이 모두 디
지털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이것이 불가능해지면 관계가 끊어지고, 고립이 깊어진다.
이 네 가지 격차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정보를 못 얻으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면 경제 활동이 제한되고, 경제가 위축되면 사회적 고
립이 심해진다. 격차는 쌓이고 연결되면서 빈곤으로 굳어진다.
────────────────────────────────────────
누가 가장 취약한가: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
디지털 격차가 만드는 새로운 빈곤은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특정
집단에서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
이종구(2025) 박사학위논문의 실증 분석은 이를 정량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리터러시
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집단에 따라 크게 달랐다.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기술 활용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효과는 비고령층 대비 1.45
배 더 크게 나타났다. 1인 가구에서 디지털리터러시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효과는 다
인 가구 대비 2.20배 더 크게 나타났다. 그리고 이 두 조건이 겹치는 고령 1인 가구에
서는 3.19배의 복합 효과가 확인되었다.
이 수치는 무엇을 말하는가. 오프라인에서 기댈 자원—가족의 도움, 신체적 이동성, 사
회적 관계망—이 부족할수록, 디지털 기술이 그 빈자리를 채우는 역할이 커진다는 것이
다. 동시에, 디지털을 사용하지 못할 때 입는 타격도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에서 65세 이상 1인 가구는 2023년 기준 약 210만 가구다. 2050년에는 560만
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가장 취약한 집단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격차
가 만드는 새로운 빈곤이 대규모 사회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조건이 이미 갖춰지고
있다.
────────────────────────────────────────
새로운 빈곤에는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소득 빈곤에는 소득 지원으로 대응한다. 디지털 빈곤에는 디지털 지원으로 대응해야 한
다. 그런데 지금의 대응 방식은 여전히 '기기 보급'과 '단기 교육'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디지털 격차가 단순히 기기나 지식의 부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것
처럼 태도, 자신감, 지속적 활용 환경, 도움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새로운 빈곤에는 이 전체 구조를 지원하는 새로운 복지 접근이 필요하다.
────────────────────────────────────────
□ 정책 제언
① 고령 1인 가구를 디지털 포용 정책의 최우선 대상으로 명시해야 한다
실증 연구가 보여주듯, 고령 1인 가구는 디지털 역량 향상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
는 동시에 디지털 소외의 타격도 가장 큰 집단이다. 정책 예산과 인력 배분의 우선순위
를 이 집단에 집중해야 한다.
② 디지털 빈곤 지표를 공식 빈곤 측정 체계에 포함해야 한다
현재의 빈곤 통계는 소득 중심이다. 디지털 접근성, 디지털 서비스 이용률, 디지털 정보
접근 가능성을 포함한 다차원 빈곤 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측정·공표해야
한다. 측정되지 않는 빈곤은 정책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③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 디지털 소외 항목을 추가해야 한다
현재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은 주로 경제적 위기 신호를 감지한다. 여기에 디지털
서비스 미이용, 복지 신청 미접수 등 디지털 소외 신호를 추가하여, 도움이 필요하지만
스스로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을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
마치며 — 다음 회차 예고
디지털 격차는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정보를 얻고, 누가 서비스를 이용
하고, 누가 기회를 잡는가의 문제다. 그리고 그 격차가 누적될 때 새로운 빈곤이 만들
어진다.
이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국가가 구조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8회차에서는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디지털복지가 국가 과제다' 를 통해, 디지털복지가
왜 개인이나 지역 차원을 넘어 국가 정책의 핵심 의제가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
※ 본 컬럼에 인용된 실증 데이터는 이종구(2025), 「디지털 리터러시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한성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경영정보학회 우수논문상 수상) 및 통
계청 「2023년 고령자 통계」를 참고하였습니다.